카카오가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누는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사업과 계열사 투자·관리 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시장의 첫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인적분할 발표 이후 카카오 주가는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결국 7% 넘게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AI·카카오X로 분할…기존 주주는 두 회사 주식 받는다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회사를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다. 기존 카카오 주주들은 해당 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각각 배정받게 된다.
이번 방식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는 물적분할과 다르다. 분할 이후 기존 주주들이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구조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1일 분할이 완료된다. 이어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이 추진된다.
정신아 대표의 ‘카카오AI’…카카오톡에 AI 심는다
신설되는 카카오AI는 정신아 대표가 이끈다.
카카오톡을 핵심 플랫폼으로 두고 AI와 광고, 커머스를 연결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카카오AI를 이른바 ‘AI 코어 컴퍼니’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목표도 공격적이다. 2030년까지 AI 서비스의 일간 활성 이용자를 2000만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플랫폼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AI를 활용한 광고와 커머스, 구독 서비스 등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연평균 20% 수준의 매출 성장을 추진하고 2030년 매출 6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카카오X에는 뱅크·페이·엔터·모빌리티
존속법인 카카오X는 계열사 투자와 관리, 새로운 성장사업 발굴을 담당한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카카오X 대표로 내정됐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 분야를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 등 콘텐츠 사업,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들이 카카오X의 핵심 포트폴리오가 된다.
여기에 가상자산과 피지컬 AI, 글로벌 팬덤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X는 자체 투자재원과 자회사 보유 자금 등을 합쳐 총 6조4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활용하고, 2030년까지 주요 사업 매출을 1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34조 가치인데 시총 16조”…분할로 할인 해소할까
카카오가 인적분할에 나선 배경에는 현재 시장에서 받고 있는 기업가치가 개별 사업의 잠재력에 비해 낮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측은 국내외 증권사가 평가한 카카오 개별 사업부의 기업가치 합계가 약 34조2000억원인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시가총액은 약 16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하면 약 17조40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카카오 측은 AI 사업과 투자 사업을 분리하면 각 회사의 사업 구조와 실적을 투자자들이 보다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AI가 시장에서 본격적인 AI 기업으로 인정받을 경우 현재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적용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기대와 달랐던 주가…장중 13% 넘게 밀려
하지만 발표 당일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카카오 주가는 장중 한때 13% 넘게 급락했고, 최종적으로 전 거래일 대비 7.49% 내린 3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분할 결정 공시로 약 30분간 거래가 정지된 뒤 매매가 재개되면서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외국계 창구를 통한 순매도 추정 규모도 약 96만주에 달했다.
인적분할 자체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곧바로 희석하는 물적분할과는 다르지만, 투자자들이 카카오의 과거 계열사 상장 사례를 떠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쪼개기 상장’ 기억도 부담
시장에서는 2021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의 상장을 거치면서 제기됐던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 중복상장 논란이 이번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이번에는 기존 주주가 분할된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 인적분할이라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 구조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도영 내정자도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분할 이후에도 카카오톡과 주요 계열사 간 사업 협력은 이어갈 방침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나뉜다는 사실 자체보다 분할 이후 실제 실적과 기업가치가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30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주주환원도 강화
카카오는 주주들의 우려를 달래기 위한 환원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두나무 매각 차익을 활용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AI는 잉여현금흐름의 20~35%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카카오X는 자회사 배당금과 투자 차익의 30%를 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번 개편을 설명하면서 카카오AI와 카카오X를 회사 성장을 이끌 ‘두 개의 엔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카카오가 제시한 청사진은 분명하다. AI 사업에는 성장기업의 가치를, 계열사 투자 사업에는 보유 자산의 가치를 각각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한 만큼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분할 그 자체보다 카카오AI의 수익성 확대와 카카오X의 투자 성과, 약속한 주주환원이 실제 숫자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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